#12 바 현존 북큐레이터 유영


안녕하세요, 바 현존의 두번째 알바생, 북 큐레이터 유영입니다.



아나운서이자 배우, 서점바에 취직하다

아나운서를 하다가 오디션 보고 배우로 캐스팅 돼서, 드라마 촬영 끝나고 좀 쉬고 싶은 마음에 제주도 여행을 오게 됐어요. 3월 2일에 제가 바 현존 손님으로 왔었는데, 그때 북큐레이션 이라는 게 너무 신선해서 마음에 담아두고 서울에 올라갔다가 4월 2일에 바 현존에 취직을 했어요.

아무래도 방송 계통 쪽 직업을 쭉 해왔다 보니까, 오디션을 봐야 되고 계속 나를 뽐내야 하는 직업군이라 좀 피로감이 있고 지치더라구요. 그래서 대표님께 올해는 그냥 책 읽으면서 앞으로 뭘 할지 좀 더 고민해보고 싶다고, 쉬고 싶다고 말했어요. 지방에 가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온 곳이 제주도 였어요. 한 3개월 쉬면서 집에서 정말 책만 읽었는데 , 그러다 보니까 책을 읽는 것도 저에겐 ‘소비의 영역’인 거에요. 시간도 쓰고 에너지도 쓰고, 책을 읽는 노력도 들어가는데 구매도 계속 해야 되는 부분이니까, 그게 좀 아쉬웠어요.

그러던 와중 바 현존에 왔는데, 책을 읽으면서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인 것 같더라구요. 현존에서 설 님을 알게 되었고, 저도 독서모임을 열어야 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서 설님 밑에서 일하면서 저의 모임도 꾸려 가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제주에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서울로 돌아간 후에, 설님이 인스타에 ‘북 큐레이터 하실 분 혹시 있을까요?’ 이렇게 스토리에 올렸어요. 저도 모르게 그냥 ‘아 완전 난데’ 이렇게 보냈죠. 결국 저는 격주로 서울과 제주를 오가면서 바 현존의 북큐레이터로 일하게 되었어요.




책을 선물하는 사람

저는 어릴 때 부터도 항상 마트에 가면 책 코너에 가 있고, 대학교 다닐 때도 집에 가기 전에 항상 북카페나 서점에 늦게까지 있다가 가고 그런 걸 좋아했었어요. 원래 성향이 좀 정적이고 좋아하는 것도 그림이랑 독서, 요리, 사주풀이. 이렇게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을 좋아해요. 사람을 좀 안 만나게 되더라구요. 3년간 집 밖을 잘 안 나갔어요. 내내 그냥 집에서 책만 읽으니까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천천히, 올해는 집 밖으로 나가봐야지 했던 과정 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여행도 왔고요. 사람들을 잘 못 만나다 보니까, 습관 중 하나가 너무 오랜만에 보니까 미안한 마음에 책을 하나씩 선물해줘요. 만나는 분께 필요할 것 같은 책들을 드리죠. 책을 많이 안 읽으실 것 같은 분 한테는 행복에 관한 에세이를 드리기도 하고, 5, 60대 분들 한테는 새로운 시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책을 드리기도 하고 그랬는데, 책을 받는 분들의 반응이 또 저마다 달라요. 뭐 이런 걸 주냐 하는 분들 분들도 계시고, 너무 고맙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구요.




책을 읽는 나만의 방법

저는 일단 기본적으로 독서노트를 쓰긴 하는데, 책에다가 밑줄을 좀 긋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종이책을 더 선호하고요. 책에 인덱스를 붙이는 것도 정말 좋아하고, 밑줄을 그을 때 꼭 자를 대고 줄을 긋는 편이에요. 제가 다시 볼 때 좀 지저분하면 보기가 싫더라구요. 또 항상 필통을 들고 다니면서 다양한 색깔로 밑줄을 그으려 하기도 하고, 저 스스로 책 읽는게 질리지 않도록 하려는 것 같아요. 그냥 읽다 보면 까먹으니까 그게 너무 아깝잖아요. 그래서 조금 더디게 읽히더라도 책에다가 낙서해 가면서 생각 정리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낙서할려고 책 읽는다고 하거든요 저는.



북 큐레이팅, 어떻게 할까?
그 사람에게 꼭 맞는 책을 추천한다는게 어려운 일이다 보니, 준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구요. 같은 내용이어도 자기계발서에서 나올 법한 그런 얘기도 있고, 에세이처럼 쓴 글도 있잖아요. 같은 메시지를 전하는 데에도 자기계발서로 얘기 하는 거랑 에세이로 얘기 하는 거랑 읽는 분에 따라 호불호를 다르게 느끼시거든요.

그래서 보통은 여러권의 책을 준비하는데, 예를 들어 ‘내가 누군지 알고 싶다’ 고 하시는 분이면 어떤 일이 맞는지 내적으로 나를 알 수 있는 방법의 책이랑, 다음에 일 적으로 내가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책이랑, 이렇게 두 권을 큐레이션 해드리는 거죠.

그리고 책을 추천받으시는 분들께 편지를 항상 써드려요. ‘어떤 장르를 좋아하실지 몰라서 에세이를 집었다가 일단은 이 책으로 권해드리는데, 혹시 뭐 불편하시면 바꿔드릴게요.’ 이런 식으로 편지를 적었어요. 또 이 책에서 꼭 읽어야할 구절을 적어 드리면, 손님들께서 ‘이것만 봐도 책 한권 다 읽은 것 같다’ 이렇게 얘기를 많이 하시더라구요.



바 현존에서 만나는 인연들에게


지금 하는 일은 사람의 내면을 보는 느낌이거든요. 다양한 직업을 가지신 분들이 많이 찾아주시지만, 결국 현존에 와서 이야기 하는 것은 자신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들 같아요. 사실 처음 만난 분들한테 이런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잘 없잖아요.

또 사람으로 위로받는 게 이런 거구나. 저는 사람을 위로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내 고민에 대해서 털어놓는다고 해결이 될 거라고 생각을 못 했거든요. 그랬기 때문에 좀 우울도 좀 오래 갔던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은 내 상황을 겪어보지 않았으니까 이해를 못 할 거라고 생각했었죠. 이 일을 하면서 ‘이해’ 라는 게 어떤 건지도 많이 알게된 것 같아요.

세상에 ‘절대’는 없고, 내가 생각했을 때 무조건 이게 맞아 라고 생각했던 것도 많이 무너지는 경험들을 계속해 나가는 거 같아요. 오시는 손님들과 다 친해져요. 세 시간 동안 서로 속 터놓고 이야기를 하니까 나중에는 저랑 다 친구가 되어서, 요즘 친구가 너무 많이 생겼어요.



‘당신의 인생 책’을 찾아주는 현존, 유영의 인생 책은?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이 책은 관계에 대한 책 이거든요.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사람과의 관계일 수도 있고, 확장을 해가는 과정의 관계일 수도 있고, 도구일 수도 있어요. 40편의 에세이가 담긴 이 한 권에 모든 인생의 주제들이 담겨있는 것 같아서 한 번씩 힘들 때마다 보는 책이에요. 저는 관계가 어려웠던 사람이었어서. 스스로 많이 도움을 받은 책이어서 이 책을 서울 독서모임 첫번째 책으로 했었어요. 모든 것에 대한 관계를 다루기 때문에 누구한테 추천해줘도 막 그렇게 실패하지 않는 책이에요.

저희 바 현존이 여러분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로 갑니다! 빨리 만나뵙고 좋은 이야기 많이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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